지난 3년 동안 정말 미친 듯이 글만 썼습니다. 새벽부터 자기 전까지 쓰고 또 썼습니다.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열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자판을 두드리는 제 자신이 신기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언제까지 써지나 보자'는 마음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렇게 쓰기만 했는데도 브런치를 통해 출간 제안을 받고, 출판사 투고를 통해 제 이름으로 된 책까지 냈으니 이 방식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계속 이렇게만 하면 뭔가 큰일을 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믿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글만 쓰다 보니 놓치는 게 많았어요.
겉으로는 매일 글만 쓰면 된다고 말했지만, 마음 한켠엔 제 글이 사람들 눈에 띄고 칭찬받기를 바라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각종 지표에 무심한 척했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구독자 수와 조회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정작 글에 대한 반응은 점점 줄어드는 걸 보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받았죠. 그래도 외면했고, 그냥 눈 감고 귀 닫고 계속 글만 썼습니다.
그러던 중, 한 주에 한 편씩만 글을 쓰는 분들이 저보다 훨씬 많은 걸 이루는 걸 보고는 강한 질투심을 느꼈습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손볼 데가 참 많았습니다. 마치 엔진오일 한 번 갈지 않고 계속 달려온 자동차처럼 여기저기 고장이 났더라고요. 직장 생활, 육아, 글쓰기. 어느 하나 쉬운 게 아닌데, 그 와중에도 매일 글을 발행하고 출판사 투고까지 병행하려 했으니 탈이 날 수밖에요. 그 대가는 분명하게 돌아왔습니다. 아이와 아내를 옆에 두고도 글에 집중하느라 소홀했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 자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구독자님들이 기대하는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퀄리티가 아쉽다는 걸 알면서도 무시했고요.
무엇보다도, 저는 독자분들의 사유를 돕는 글을 쓴다고 하면서도 정작 구독자님들과는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글을 쓰면 알아서 봐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 사로잡힌 채로요.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라도 조금 방향을 조정해보려 합니다. 아무리 글쓰기가 좋다고 해도, 결국 그것조차도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기려 해요. 아마 번아웃을 겪지 않았다면 이런 귀한 깨달음은 얻지 못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