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바람이 살랑이는 요즘입니다. 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인데,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8개월 된 아이와 함께 전주 한옥마을로 첫 여행을 떠납니다. 최근 상업화가 많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빠가 된 후 처음 떠나는 여행이라 그런지 설렘을 감출 수가 없네요.
지난주, 《제로포인트》라는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제로포인트란 '행복은 마음의 원점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오랫동안 제 안에서 되뇌어온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돈을 많이 벌거나,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 같은 성취를 행복과 연결 짓습니다. 저는 그것들이 본질적인 행복과 꼭 일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행이라 불리는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순간이 지나면 또 다른 흐름 속으로 스며들고 맙니다.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변하니까요.
좋은 일을 겪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시간이 지나 그 감정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 공허를 채우려 애쓰다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죠. 예를 들면, 명품 가방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그에 걸맞는 옷을 사려는 것처럼요. 반대로 나쁜 일을 겪으면 그 자체로 괴롭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 두려워하는 순간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좋은 일 앞에서는 덤덤하게, 나쁜 일 앞에서는 초연하게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비결입니다.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것, 그것이 곧 ‘제로포인트’의 개념입니다. 사람은 '제자리'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여행을 떠나면 집이 그리워지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 쓴 아메리카노가 생각나는 것처럼요.
‘좋은 일’이나 ‘나쁜 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복’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건 마음이 만들어낸,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같은 일을 겪고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르고, 시대와 환경에 따라 행복의 기준도 달라지는 게 일종의 증명인 셈입니다. 행복은 기성품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행복의 개념을 가슴속에서 '해체'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허락 없이 들어온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단단한 돌처럼 자리 잡고 있다면, 나만의 생각이 들어갈 공간은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