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를 좋아합니다. 170cm로 크지 않은 키에,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체중계 숫자는 언제나 고도비만을 가리켜도, 스스로를 미워해본 적은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잘 적응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이 없었으며, 가족 관계도 원만했습니다. 하는 일마다 웬만큼은 성과를 냈고, 주변에서도 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저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쉽게 건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제 자신에게 늘 더 높은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잘해낸 일에도 저는 "좀 더 할 수 있었어.",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 돼." 같은 말로 스스로를 다그쳤죠. 스스로에게 야박했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어쩌면 ‘자만하지 말자’,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정말로 겸손이었을까요, 아니면 저를 인정하지 않는 또 다른 방식이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괜찮다’는 것도 결국 해석의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괜찮은 상황’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물컵을 엎질렀을 때 어떤 사람은 그날 하루가 재수 없을 거라며 스스로 불길한 예감을 심어둡니다.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컵이 깨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되려 가볍게 넘기기도 하죠. 같은 사건이지만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이 따라옵니다.
아마도 저는 제가 하는 노력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괜찮아, 수고했어.’라고 말해줄 틈도 없이, 계속해서 ‘더, 더, 더’를 외치며 저를 밀어붙였던 거겠죠. 정말 모든 게 완벽해야만 ‘괜찮아’라고 인정할 거라면, 저는 평생 저 자신을 토닥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