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 무렵, 군대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로 시작했다가 자연스레 자기계발서로 넘어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기계발서라는 장르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단지, 그럴 듯한 제목의 책들을 골라 읽다 보니 그게 다 자기계발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책을 만나고 난 후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책은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었고, 그 덕분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통찰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책은 스승이자 친구이며, 저를 뜻깊은 존재로 만들어 주는 귀한 도구입니다. 저는 책을 사랑하고 독서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내 인생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이라는 주제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영상을 찍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겐 그런 책이 없었거든요. 책이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건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한 권을 꼽으라고 하면 선뜻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책이 나를 변하게 했다’는 건 확신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막막했습니다.
최근 들어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문득 ‘혹시 내가 책을 너무 대충 읽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책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틈이 날 때면 독서보다는 영상을 선택하는 일이 잦아졌고, 어쩌다 집중해서 책을 읽어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거의 없었습니다. 성격이 급해서인지, 저도 모르게 빠르게 읽어 내려가다 보니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욕심만 앞서 속독법을 배워볼까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 속독은 ‘빨리 읽는 대신 무언가를 내어주는 것’처럼 느껴져 금세 포기했습니다. 결국 원래 방식대로 읽기로 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생긴 습관이었습니다. 대충 훑듯이 읽는 버릇이 남아,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눈만 페이지를 따라가는 저를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독서한 지 15년 만에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책을 읽어왔으면서도 정작 기본기가 덜 여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그게 맞겠죠.
독서는 천천히 하는 게 맞다고 믿습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하고, 나를 멈추게 하는 문장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책은 충분히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읽어야 독서에 들인 시간이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