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제게 가장 큰 위안이 되지만, 동시에 가장 큰 고통이기도 합니다. 특히 아무것도 써지지 않을 때, 머릿속이 꽉 막힌 듯한 기분이 들 때면 무척 답답하고 무기력해지죠.
그럴 때 제가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산책입니다.
사실 저는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밖에 나가는 일도 드물었죠. 그런데 글을 쓰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글이 막힐 때면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주변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실마리가 잡히곤 하더라고요. 물론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건 아니지만, 꼭 무언가를 얻기 위해 걷는 것은 아니니까요. 걷다 보면 마음을 조여오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그 자체로 충분한 위로가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산책은 제게 또 다른 취미가 되었습니다.
비슷한 활동으로 명상도 해 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명상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그건 올바른 명상이 아니라는 것을요. 명상은 단순하지만, 동시에 깊이 있는 활동입니다. 생각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이 곧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지만, 이론과 실천은 또 다르잖아요.
그런 점에서 산책이 저에게는 더 편안한 활동이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며 바람과 공기를 직접 느낄 수 있어서일까요. 억지로 집중하려 애쓰지 않아도,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게으른 몸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막상 걷기 시작하면 그 이후의 일들은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습니다. '나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명상과는 정반대죠. 산책은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은 쉽고, 명상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온전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요즘 세상은 점점 더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조용히 지내고 싶어도 주변에서 가만 놔두는 법이 없는 것 같아요. 간신히 평온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다시 온갖 소음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런 세태의 한 가운데에서 무너지지 않고 꿋꿋이 버티려면,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