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달보입니다.
얼마 전, 일주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군 복무를 제주에서 했고 혼자서도 여러 번 찾을 만큼 제주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그 낯익음에 감흥이 무뎌질 법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이 유독 설렜던 이유는 요즘 저를 옥죄고 있던 정체 모를 갑갑함이 조금은 풀릴 것 같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동글동글한 구름이 수놓인 맑은 하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시원한 바다, 소금기 어린 제주 바람, 제주도민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돌담길. 하루 이틀도 아닌 무려 일주일 동안 이 아름다운 섬을 누비다 보면, 마음에 떠다니는 불순물들이 정화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제주를 거닐다 보니 역시나 좋았습니다. 평일이라 발길 닿는 곳마다 한적했고, 유채꽃과 멋진 산들이 온 사방에 펼쳐져 있어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습니다. 우연히 찾은 맛집도 만족스러웠고, 대충 골랐던 숙소는 다음에 다시 묵고 싶을 만큼 아늑한 감성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상상과 현실 사이엔 어쩔 수 없는 괴리감이 존재했습니다. 여행 동안 힐링한 것과는 별개로, 집에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느껴진 익숙한 갑갑함은 여전했습니다. 오히려 더 커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좀 나아졌다’는 느낌은, 눈부신 풍경들에 잠시 덮여 있었던 것이었나 봅니다.
여행을 조금 길게 떠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